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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못한 황제 이건희"

책 2008/02/11 16:14

 삼성은 다분히 ‘강박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엄두도 못 낼 만큼 엄청난 노력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처신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삼성만의 독특한 OJT(현장실무교육)나 돌다리도 열 번 이상 두들기고 건넌다는 의사결정 방식 등이 삼성의 강박적 기업문화를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강박적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삼성은 국내외 시장에서 수많은 일등제품을 가지고 있는데 치밀하고 섬세한 강박적 문화의 순기능이 가장 도드라진 대표적 분야는 반도체일 것이다
.
   <<
정혜신 저 ‘남자 대 남자’ – 완벽하지 못한 황제 이건희 중 일부 ->>
 


강
준만
, 정혜신, 성한용 세분의 글은 나하고 궁합이 잘 맞는다
. 글을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지혜를 얻고 전부는 아닐지라도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동의한다. 특히나 정혜신의 글은 정신과의사가 가질 수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들어있어 글 가운데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현안의 원인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때 한겨레신문에 쓴 “그게 다가 아니다”라는 칼럼은 손후보가 가진 인식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리해 주었다. 인간 본성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던 5.18정신 마저도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는 손학규의 사고는 경제적 가치에 모든 것을 귀결시키는 천박한 생각이다는 것이다. 당시에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는 이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우리는 사람이지 경제 동물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 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혜신 씨가 2001년에 쓴 “남자 대 남자”에 나오는 <완벽하지 못한 황제 이건희>를 읽으면서 최근의 삼성문제와 관련하여 볼 때 너무나 정확한 진단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혜신의 “남자 대 남자”는 한 사람을 조망하기 위해서 그 사람과 관련되어 기록된 모든 책과 뉴스, 인터뷰 등을 빠짐없이 읽고 쓴 글인지라 글 자체에 함의된 내용이 많고 기승전결로 연결되어 있다. 저자가 쓴 원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주요한 부분을 그대로 발췌하여 전한다.

 

정혜신은 이건희 회장이 주장하는 초일류주의, 질(質)경영, 도덕경영을 다른 말로 하면 ‘강박경영’이라고 주장한다.

 

이건희 회장은 늘 혼자였고 ‘혼자의 삶’에 익숙하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가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고향의 친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사업하는 아버지 뒷바라지 때문에 대구에 나가 있던 엄마 품에 처음 안겨본 것이 네 살 때였고 그때 엄마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사람은 초기 발달과정에서 부모와의 따뜻한 애착관계에 결핍이 생기면 성장과정 중에 대인공포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여러 가지 정서적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건희는 인생초기의 기본적인 애착관계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고, 계속 그런 구조 속에 성장하게 된다.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는 어린 시절에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에 대한 공포와 분노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에 대한 복종과 반항 사이를 시계추 처럼 왕복하며 불안정한 양가(兩價)감정을 내면화하게 된다. 분노와 반항은 무의식 속으로 억압한 채 의식의 수면 위로는 복종만을 내보인다. 권위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복종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분노나 반항은 때를 만나면 언제라도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그들의 삶을 위협한다.

 

삼성의 울타리 안에서는 분노를 터뜨리고 반말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이건희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TV 뉴스에 등장하는 이건희를 보게 되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표정이나 태도가 당당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희의 성격을 정신의학적으로 규명해보면 ‘강박적 성향’에 해당한다. 이 성향의 심리적 축은 열등의식이다. 강박적 성격의 특징은

 

첫째, 감정기능이 빈약하다. 감정표현이 아주 드물며 감정 대신 그들이 사용하는 것은 사고이고 원칙이다.

이건희는 취미가 ‘연구와 생각’이라고 할 정도로 감정보다는 사고가 비대한 사람이다. 그의 방은 한 벽에는 침대, 한 벽에는 책, 또 한 벽에는 대형 TV, VTR, 오디오가 있다고 한다.

 

둘째는 원리원칙을 따지기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할 때 ‘일하는 것 자체’가 방해받을 정도로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방식 그대로 정확히 복종하지 않으면 비난하고 같이 일하길 꺼려한다.

강박적 성향의 사람은 매우 사변(思辨)적 이어서 이론이나 개념에 대한 논쟁을 시작하면 끝도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개인적인 감정이 거의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논쟁을 하다보면 지루하고 공허하다. 말은 맞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셋째는 도덕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도덕적으로 사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반듯하고 금욕적으로 살던 남자에게 어느 날 숨겨둔 여자와 아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처럼 도덕적 무장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사람은 그만큼 일탈의 욕망도 커지기 때문인다.

 

그들은 예의범절이나 에티켓 같은 것을 지나칠 정도로 중시하는데, 이를 자신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적개심을 감추는 가면으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본인은 이러한 사실을 잘 의식하지 못한다. 이들은 어릴 때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그 권위에 압도당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권위에 굴복하면서 자기의 욕구들은 무의식 저 밑바닥에 숨겨놓은 채 예의바르고 도덕적인 생활을 추구한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의 욕구가 억압당한 데 따른 분노와 적개심을 숨기고 있다.

 

이건희처럼 강박적 경향이 있는 사람은 내적인 규율이나 원칙이 엄격하고 이상주의적이어서 스스로나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고통을 주지만 타인에게는 득을 주는 경우도 있다.

삼성이 지향하는 초일류주의는 그러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일류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겪는 이건희와 삼성 사람들의 고통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은 그 열매를 달게 즐기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방편이었겠지만 삼성은 우리에게 ‘고객’과 ‘서비스’라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 거의 최초의 기업이다.

 

이건희와 마찬가지로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인생 자체가 ‘오버’로 과장된 몸짓과 말투를 트레이드 마크로 가진 조영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조영남은 자기를 망가뜨려가면서도 절대 망가지지 않는 사람이다.
못생겼다는 자신의 얼굴이나 두 번의 이혼 경력, 히트곡 하나 없는 없는 가수 등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쯤 되면 그의 약점은 이미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상품가치를 적절하게 높일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도구인 것이다. 그는 열등감을 훌쩍 뛰어넘어서 진화시킨다
                                                                                                      ('08.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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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펴냄
여러 매체를 통해 남성심리 전문가로 탁월한 공감력을 보여주었던 정신과 전문의가 우리 시대 유명남성 21인에 대해 분석한 본격적인 심리평전. 김영삼 VS 김어준, 이건희 VS 조영남 등 성공한 남자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삶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들의 삶과 차이가 있지 않다고 서술했다.

Posted by 나우리
TAG 강박적성향, 남자 대 남자, 리뷰, 삼성, 열등감, 이건희, 정혜신, 조영남,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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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드리햅번 2008/02/11 1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문가집안에 태어났다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닌가 봅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셨군요.
    요즘들어 독서할 겨를이 없었는데 저도 한번 읽어 볼께요.

    명절연휴 잘 보내셨어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 BlogIcon 나우리 2008/02/11 1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혜신 박사가 쓴 글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나를 성찰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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